땀에 젖은 승복 - 박명성
    이 름 : 이보현 등록일 : 201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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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에 젖은 승복 - 박명성

    우리 회사는 20년 넘는 동안 구룡사 절 지하에 있었다. 극단 살림이 어렵던 시절 정우 스님께서 배려해주신 덕분이다. 통도사 주지로 계시다가 작년에 다시 돌아오신 정우 스님은 문화에 대한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다. 외국에 가서도 짬을 내 공연을 볼 정도로 공연을 아끼는 분이다. 구룡사에 둥지를 튼 초기에는 지하에서 뮤지컬 연습을 했는데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다. 뮤지컬이라는 장르 특성상 기독교적인 색채가 강하고 노출이 심한 복장도 많다. 그런데도 스님은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건달바` 예를 들며 대중을 위로하고 삶에 윤활유 구실을 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종교와 문화는 한 몸이라고 강조하셨다. 그래서인지 구룡사 행사는 공연문화 향기가 많이 배어 있다. 문화와 예술을 통해 불자들과 소통하시려는 뜻으로 짐작하고 있다. 며칠 전 초파일에 스님을 찾아뵈었다. 스님은 최근 불교계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을 언급하며 걱정스럽고 마음 아픈 일이라 하셨다. 자숙하는 마음으로 제등행렬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구룡사가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음을 닦고 대중을 인도해야 할 승려가 불미스러운 행위를 했다는 사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또한 같은 승려 처지에서 함께 부끄러워하는 일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몇몇 종교인 문제를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종교계가 반갑지 않은 사실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일은 심심찮게 일어났다. 그때마다 해당 종교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곤 한다. 상처받은 마음에 그런 것이겠지만 종교계 전체가 타락했다는 인식은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이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다들 타락했다면 그들은 검은 바탕에 조금 더 검은 점이 되는 것이다. 여전히 수행에 정진하고 대중을 위해 `일`하고 있는 종교인이 훨씬 더 많다.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일부 `검은 행위`가 더욱 명명백백해진다. 또한 `어리석은` 대중보다 더 어리석은 그들이 종교를 더럽힌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러고 보니 초파일에 스님이 우려주신 녹차가 참 맛있었다. 법문하고 기도하느라 승복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는데 거기에 녹차 맛의 비밀이 숨어 있는 듯하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프로듀서] 매일경제2012.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