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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양다경 님이 작성한 원본 ---------- 『반야심경』의 내용을 공부하기에 앞서, 이 경 (經)이 지니고 있는 불교 사상사적(思想史的) 위치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상사라고 하는 말은,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이지만, 역사를 내려오면서 어떤 부분을 강조하였는가, 어떠한 경전을 근본으로 하고 있는가에 따라 약간씩 그 교설의 초점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점들은 저번 시간에 말씀을 드렸지만 환경적 요인과 성문화의 과정이 불멸후에 이루어진 측면 등 여러 상황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반야심경』의 사상사적 위치를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불교사상’과 ‘불교경전’은 어떤 다른 점이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불교의 역사를 사상사적으로 분류해 보면, 크게 근본불교[일명 원시불교], 아비달마 불교[일명 부파불교, 소승불교], 대승불교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대승불교는 다시 인도불교와 중국불교 그리고 한국불교의 사상사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인도 불교 사상에는, 중관 (中觀), 유식(唯識), 여래장(如來藏), 밀교(密敎)사상 등이 있으며, 중국 불교 사상에는 천태 (天台), 화엄(華嚴), 선(禪), 정토(淨土) 사상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각기 분류되는 불교 사상은, 나름대로 하나의 소의(所依) 경전을 가지고 체계를 잡거나, 여러 경전 가운데 중요하고 비슷한 사상들을 모아 하나의 사상으로 체계를 잡는 형식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예를 들면, 근본불교 사상은 『아함경』을 위주로 하고, 반야 공(空) 사상은 『반야경』을, 유식 사상은 『해심밀경』『입능가경』『섭대승론』 등을, 여래 장사상은 『여래장경』, 『열반경』 등을, 밀교 사상은 『대일경』, 『금강정경』을, 천태 사상은 『법화경』을, 정토 사상은 『무량수경』『관무량수경』『아미타경』을 각각 그 사상의 소의 경전으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하면, 불교의 사상과 경전이 직접적으로 동일하다고 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상이라는 것은, 경전을 토대로 하여 핵심이 되는 경전의 가르침을 후대 사람들이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에 언급할 공사상, 중관 사상은 대승불교의 근본 경전인 『반야경』을 토대로 성립된 사상인 것입니다. 불교 사상을 내용적으로 다시 살펴보면, 근본불교 사상의 경우, 부처님께서 직접 설하신 가르침이 입에서 입으로 전승해 내려오던 것을 이후의 제자들이 문자화시켰는데, 이를 『아함경』이라 하여, 그 소의 경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부파불교 사상은 근본불교의 사상에 대해서 나름대로 해석을 붙이거나 보다 심오하게 연구하여 세운 교학 사상을 말합니다. 이후 재가 신자와 찬불승(讚佛僧)들이 중심이 되어 너무 현학적인 교학 연구에만 치중하는 부파불교 논사들을 ‘소승 (小乘)’이라 폄하시키고, 스스로를 ‘대승(大乘)’이라 하여,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하는 이타적인 교학 사상을 성립시키게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대승불교 사상이 성립될 수 있었던 시점은, 대승불교의 여러 경전이 대두되면서부터입니다. 대승불교의 경전 중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경전으로, 『반야 경(般若經)』, 『화엄경(華嚴經)』, 『법화경(法華經)』, 유마경(維摩經)』, 『무량수경(無量壽經)』, 『아미타경(阿彌陀經)』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 모든 경전의 사상적 기반이 되며, 대승불교의 선구적 역할을 한 경전이 바로 『반야경(般若經)』인 것입니다. 『반야 경』이 없었다면, 대승불교의 태동은 생각해 볼 수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듯, 『반야경』은 사상사적으로 불교사의 커다란 축을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양적으로도 총 600 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방대한 『반야경』 속에,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금강경(金剛經)』이나 『반야심경(般若心經)』이 들어있는 것입니다. 『금강 경』은 『반야경』의 앞부분에 속해 있으며, 『반야심경』은 뒷부분에 들어 있습니다. 이 두 경전은 600 권이나 되는 『반야경』의 핵심만을 간추려 요약한 경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 에서도, 『반야심경』은 270 자 (字)라는 짧은 글로 『반야경』의 사상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야심경』이 비록 짧은 경전에 속한다고 해도, 내용면에서 볼 때 『반야경』의 깊은 속뜻을 모두 함축하고 있어, 우리가 평생을 두고 공부한다 해도 그 이치를 제대로 깨닫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 경전은 반야 사상, 나아가 불교 사상의 핵심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 이야기 되겠지만 반야심경을 공부하면서 우린 불교의 중심이 되는 모든 사상이며 교리들을 다 공부하게 될 것입니다. 반야심경이 이 모든 사상을 함께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야 공사상의 교리사적 위치 『반야심경』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空) 사상이 나오게 된 교리사적인 배경을 살펴보려면, 잠깐 부처님 당시의 근본불교(根本佛敎)까지 거슬러 살펴보아야 합니다. 근본불교에서는 일체제법(一切諸法)을 오온(五蘊)과 십이처(十二處), 그리고 십, 팔계(十八界)로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오온인데, 오온에서는 제법을 정신과 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말하면, 물질을 색(色)이라 하여, 지(地), 수(水), 화(火), 풍(風)으로 분류하며, 정신을 수(受), 상(相), 행(行), 식(識)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분류하는 것은, 물질과 정신이 이렇게 여덟 가지로 나눈다고 하여 그 제각각의 요소에 어떤 고정된 실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온이 바로 무아(無我)임을 설명하기 위해 부처님께서 사용하신 방편(方便)설인 것입니다. 즉, 오온으로 이루어진 ‘나’를 비롯한 일체의 존재는 모두가 연기(緣起)하여 돌아가는 법이므로, 고정되거나 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후 부파불교로 오게 되면, 설일체유부를 비롯한 많은 부파에서는 일체의 존재를 오위칠십오법(五位七十五法)이라 하여 75 개의 요소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 제각각의 요소에는 고정된 실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연기하며 무상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 궁극의 실체는 항존(恒存)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아공법유(我空法有)라 하여, ‘나’라는 존재는 무상하여 공이지만, ‘나’를 구성하는 물질적, 정신적 제(諸) 요소인 법체(法體)는 삼세에 걸쳐 항상 존재한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삼세실유 법체항유(三世實有 法體恒有)’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부파불교 특히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의 교설에 대해 반대하며, 부처님의 근본 교설인 연기, 무아의 사상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이 바로 대승불교 『반야경』의 공사상입니다. 공사상에서는 아공(我空) 뿐 아니라 법공(法空)까지도 포함한 일체개공(一切皆空)의 공관(空觀)을 주장함으로써, 부처님의 근본교설로 돌아가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일체의 존재는, 그 하나하나의 요소까지도 모두 연기하는 존재로서, 공하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대승 반야경의 공사상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근본 교설로의 회귀이며, 부처님 열반 이후 한동안 현학적으로 흘렀으며 자칫 근본 사상과도 대치될 수 있었던 다양한 교설들을 바로잡고 파하여(破邪) 다시금 부처님의 정법을 드러낼 수 있도록(顯正) 해 주어 불교교리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반야경의 공사상은 그대로 부처님의 연기, 무아사상, 삼법인, 사성제 등의 근본 가르침의 내용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반야경의 핵심인 이 반야심경에서는 불교 교리의 핵심 사상을 그대로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반야심경 이 짧은 경전 하나를 바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일은 더없이 밝고 훌륭한 마음공부의 텍스트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연유로 앞으로 해설하게 될 본문에서는 모든 불교 교리의 해설과 생활 속 실천의 방법 등을 자세하고 소상하게 이야기 하듯 담아내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이 한 경전 공부를 끝마치면서 부처님 가르침의 체계를 바로 잡을 수 있고, 실천하는 정진력이 더욱 늘어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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